이서빈 작가, 대하소설 ‘소백산맥’ 17권 중 5권 출간… 출판기념회 열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인
신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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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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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씬] 한국문인협회는 인성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서빈 작가가 34년 전통의 영주신문 연재하고 있는 17권짜리 대하소설 ‘소백산맥’ 중 연재를 마친 5권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이번 출간을 기념해 9월 23일 서울 인사동 ‘시가연’에서 이서빈 시인에게 시를 배우고 있는 ‘남과 다른 시’ 제자들이 조촐하게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소설의 제1권은 ‘달을 먹은 산’이란 부제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한 여인의 고난을 통해 잊혀진 아픈 역사의 숨결을 되살리려는 드라마틱한 감동의 서사다. 제2권은 ‘주술에 걸린 시간들’이란 부제로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과 형언하기 어려운 고난의 주술 속에서 과연 그녀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다. 제3권은 ‘슬픔 경전’이란 부제로 돌풍 같은 시련 속에서 인내로 써 내려간 달녀의 애달프고 가련한 생의 이야기다. 제4권은 ‘길이 부러지다’라는 부제로 시련의 파도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결심, 자신의 헌신으로 가족을 지키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야기다. 제5권은 ‘해를 먹은 섬’이란 부제로 제주 4·3사건의 참혹한 진실을 되새기며 역사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미래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박수순 아동문학가는 축사를 통해 “소설이란 쓰기가 어렵다. 처음 70년대 신춘문예에 도전했는데 밤새 쓰고 나니 코피가 마구 흘러서 내 체력으로는 감당 못할 거라 생각하고 시로 전환해서 시를 썼다. 소설은 엉덩이가 질기고 끈기가 있어야 한다. 한 권도 못 쓰고 코피가 흐르는데 이 17권이라니 처음에는 시나 쓰지 소설을 왜 쓰나 설마 쓰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둘지 알았는데 끝까지 썼다고 한다. 그래서 놀랐다. 벌써 17권 썼다는 사실에 압도를 당해서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소설의 의의가 아주 크다. 한국의 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소설이 넓게 읽혀서 우리 한국사를 읽는데 뜻있는 시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광규 시인은 “대하소설 소백산맥 17권 중에 5권을 축하드린다. 기록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 기록이 없으면 저도 없고, 이서빈도 없고, 이순신도 난중일기란 기록이 있고 왕조실록도 기록이 있어서 있는 것이다. 개인 집단 민족도 기록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나라는 모두 양반 중심의 기록이고 서민이거나 하층민의 기록은 없고 왕조나 양반 중심의 기록만 남아있다. 소백산맥의 중심 사건과 인물을 다룬 이런 소설이 그동안 제 생각으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을 이서빈 선생이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의 순환사다. 힘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들이 모든 전쟁에서 가장 어려움이 많지만, 모계사회일 때도 있었다. 남성도 좀 좋게 써주시길 바란다. 방언이나 이런 것들이 18권에는 사전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 소설을 우리 민족의 유산으로 남길 수 있으니 고생하셨고, 그야말로 이 대하소설을 쓰기 어려운데도 큰일을 이뤄낸 것에 축하드린다”고 축사에 가름했다.
황윤현 교수는 “소월은 우리나라 글의 가락을 아름답게 하고, 백석은 우리나라 말을 수집한 사람이고, 지용은 우리나라 말을 조탁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소백산맥을 읽으면서 그 세 가지가 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모티베이션이 있다. 그렇게 시작은 하는 그 모티베이션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은 열정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서빈 작가는 사명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주 지방의 어떤 역사가 있을 것이고, 그 안에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인데, 그것들을 모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열정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사명감이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존경스럽다”고 치하했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이서빈의 대하소설 소백산맥을 읽으며’라는 제목의 소설 평에서 “우선 왜 이 대하소설의 제목이 소백산맥인지 알아야 한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그 시대적 시점을 일제강점기 이후인 1945년부터 1985년 휴전협정까지의 우리, 또는 남자들의 역사, 즉 히스토리로 본다면 이서빈 작가의 소백산맥은 그 이전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겪은 여자들의 역사 즉, 히스토리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필부필부한 우리네 여인들이 겪은 거센 바람 앞의 꽃잎 같은 이야기다. 이서빈 작가는 이 소설에서 특별히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 노출된 여인들의 설움을 고발하고 싶었다. 굶주림과 남존여비의 거친 세상 풍파에 더해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약탈과 억압을 고발하고 싶었다. 사투리와 풍습, 해박한 지식을 버무린 그의 서사는 대하소설의 대명사가 된 박경리의 ‘토지’에 버금간다. 이서빈 작가가 평생을 준비해 지난 10년 동안 써온 이 대하소설은 소백산맥 지방에 내려오는 풍습과 설화, 민담의 보고서로 매우 중요한 문학사적 가치를 지닌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인답게 모든 묘사를 은유와 비유를 통해, 모든 진술을 서사시로 이끌어가고 있어서 마치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는 듯 독자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한다. 소백산맥의 자락자락을 탐방하듯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때마다 새로운 감동이 갈피갈피 들어 있어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고 평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서빈 △박두순 △공광규 △황윤현 △김순진 △글가람 △이옥 △이진진 △이세정 △글보라 △글이랑 △글빛나 △글로별 △글바다 △권택용 △우재호 △최이근 △정구민 △이창대 등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이서빈 작가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위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이며, ‘시인뉴스’, ‘모던포엠’, ‘시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달의 이동경로’, ‘함께 울컥’, ‘저토록 완연한 뒷모습’이 있고 저자만의 독특한 시창작법을 다룬 ‘창의력 사진’과 대하소설 ‘소백산맥’ 1, 2, 3, 4, 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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