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두 번이나 장관을 했다는 건 제게는 과분한 영광이었습니다.”
최근 공식 퇴임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는 배우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두 차례 문체부 장관직을 수행한 인물로, 이력만으로도 문화계와 정치권 모두에서 상징적인 존재였다.
‘문화계 대표 인사’에서 ‘정무직 고위 공무원’으로, 유 전 장관은 예술과 행정의 경계에 선 인물로 기억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연극배우 유인촌에서 장관 유인촌으로
유인촌은 1951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극단 활동을 통해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1980~90년대에는 TV와 무대를 오가며 이름을 알렸고, 연기력과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대중적 호감도를 쌓았다.
2004년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며 예술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냈다.
이후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문화특보를 거쳐, 2008년 제24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정치색이 옅고, 문화예술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재임 중 블랙리스트 논란, 예술인 통제 논쟁 등 정책적 갈등도 적지 않았다.
연극 <홀스또메르>에서 얼룩배기 말 홀스또메르 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2023년, 15년 만의 '복귀'
시간이 흘러 2023년 10월, 유인촌은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으로 다시 문체부 수장직에 복귀한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소명의식으로 다시 뛰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2기 장관 시절에는 ▲지역문화진흥 ▲예술인 복지 확대 ▲K콘텐츠 수출 촉진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현장 중심 문화정책 추진과 공연예술계 정상화에 집중하며 코로나19 이후 문화산업의 회복 기반 마련에 힘썼다.
그러나 짧은 재임기간 탓에 장기 정책 추진의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유 전 장관의 유산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 발대식'에서 청년 교육단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전 장관은 퇴임 소회에서 “문화와 예술은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라며, “정책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문체부는 예술인의 지위 보호, 저작권 환경 정비, 스포츠 인권 이슈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자 했던 노력은 일부 예술인단체로부터 “귀를 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정무와 감성 사이의 균형자였나
두 번의 장관직을 수행한 유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감성과 공공정책의 이성 사이에서 줄타기했던 인물로 요약된다.
그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문화정책의 이해도가 높았다는 평가와 동시에, 예술인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정치인 장관'이 아닌 '예술인 장관'으로 기억될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문화부의 두 시대를 직접 이끌었던 그는 이제 무대를 내려왔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