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여성연극제의 문이 열린다.
이번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상희 연출의 <낙월도>(천승세 작)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 그리고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의 의지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5월 ‘천승세 희곡열전’에서 <낙월도×맨발>로 초연돼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원작이 지닌 향토적 언어의 리듬과 서정성을 무대 위에서 다시금 확장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 “침묵을 강요받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이상희 연출가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을 전하며 “더 높은 수준의 무대예술로 관객을 만날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낙월도×맨발>(2025),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4), <소년 소녀 모험백서>(2024), <얼음꽃>(2024) 등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다.
이번 작품 또한 권력자와 노동자, 여성 등 억압받는 존재들이 부딪히며 “돈과 정보를 장악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때, 개인의 자유의지는 어디로 향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낙월도’는 그 비정한 사회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숭고한 본성을 탐구한다. 이상희 연출은 배우의 신체와 오브제, 공간의 상징성을 치밀하게 조율하며 서정적 리듬과 무대미학을 결합시켰다.
특히 14명의 배우가 각자의 감정에서 출발한 움직임을 통해 신체언어를 새롭게 개발한 점이 주목된다.
■ 인간애의 서사, 오브제의 시학
연극 <낙월도>는 단순히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배우의 몸짓과 오브제의 활용을 통해 무형의 감정선을 형상화한다.
장면마다 배치된 상징적 도구들은 인간의 내면 풍경을 시각화하며, 관객이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판타지적 리얼리즘’을 체감하도록 이끈다.
이상희 연출의 섬세한 연출력과 시각적 구성은 공연예술이 지닌 총체적 힘을 증명한다.
■ 연대와 도약의 축제, 제10회 여성연극제
제10회 여성연극제는 오는 10월 16일(목)부터 11월 16일(일)까지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연출가전’의 개막작 극단 초인의 <낙월도>를 시작으로, ‘작가전’에는 극단 사개탐사의 <양심이 있다면>(이새로미 작, 박혜선 연출), ‘프로젝트전’에는 프로젝트 한민규의 <말, 하지 않더라도>(김진아 작, 한민규 연출), ‘세대공감전’에는 에이치프로젝트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한윤섭 작, 준 연출), ‘기획초청전’에는 씨어터 백의 <더 클래스>(마트야스 주판치치 작, 백순원 연출) 등 총 5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부대행사로는 10월 24일(금) 오후 3시 서울연극센터 3층 스튜디오에서 무대미술가 신선희의 ‘세대공감 강연’이 열리며, 11월 7일(금)에는 제1세대 여성 극작가 박현숙·김자림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개최된다.
또한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독백대회’가 11월 1일~2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상부터 인기상까지 총 9명이 선정되며, 참가 접수는 10월 19일까지 OTR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