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인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감정의 극단을 피한 절제된 서정성으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프랑스 문학 특유의 정제된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감정과 삶을 내어주는 이야기이지만, 서사의 이면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적 모순과 인간의 타자화된 욕망이 숨어 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의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의 확장이나 극적 갈등보다는 정체성과 침묵의 서사를 중심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적극적인 선택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독자에게 명확한 판단보다는 지속적인 ‘지켜봄’을 요청한다.

이는 전통적인 남성 서사의 영웅적 태도와는 결을 달리하며, 프랑스 현대문학이 종종 보여주는 비결정성과 존재의 허무함을 그대로 계승한다.

문체 또한 그러한 서사와 맞닿아 있다. 앙드레아는 과잉을 철저히 통제하며, 감정을 절제된 언어로 드러낸다.

특히 대사보다는 묘사, 행동보다는 정적인 장면 구성이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인물의 심리 상태를 능동적으로 읽게 만들며, 감정의 과잉이 아닌 결핍을 통해 공감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사랑을 지킨다’는 표현이 단순한 보호나 희생이 아닌, 존재 전체의 조율임을 시사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뚜렷한 갈등 구조 속에서 움직이기보다는, 고요한 긴장 속에서 감정을 응축시킨다. 이는 곧 인물 간 거리감이 가져다주는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하며,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무엇’을 지키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특히 주인공이 상대의 상처를 수용하는 방식은 일종의 자기 소멸과 정체성의 희석으로 이어지며,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로맨스가 아닌 인간 존재론적 질문에 가까워진다.

결국 '그녀를 지키다'는 사랑을 감정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 관계가 아닌 실존의 태도로 다룬다. 서정적이지만 결코 감상적이지 않으며,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에서 흔히 기대하는 위로의 감정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대신 앙드레아는 묻는다. “사랑은 무엇을 지키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나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이는 감정에 익숙한 대중소설 독자들에게는 다소 간극을 줄 수 있지만, 문학이 삶의 이면을 사유하는 도구임을 인식한 독자라면 이 작품이 주는 미학적 울림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앙드레아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의 고요한 폭발력을 증명했고, 독자는 그 정적 속의 굉음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