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비누방울로 희망을 그리는 한국 서양화가 조로사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3대 아트페어 'Art Miami Context 2025'에 신작 2점을 출품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아트 마이애미 전시회 포스터


35회를 맞은 아트마이애미는 전 세계 160여 갤러리가 참가하는 현대·근현대 미술 최대 장터로, 블루칩 컬렉터와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찾는 검증의 무대다. 조로사는 이번 페어에서 대표작 〈라퓨타_6〉(145.5×112cm)와 〈라퓨타_7〉(90.9×60.6cm) 두 점을 선보였다. 비누방울이라는 상징을 통해 순간과 영원이 공존하는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답게, 〈라퓨타_6〉는 2일 VIP 프리뷰 때부터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화제를 모았다.

〈라퓨타_6〉은 거대한 비누방울 속에 부유하는 섬을 그린 작품이다. 이끼로 뒤덮인 고대 암석과 폭포, 수많은 비누방울이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는 초현실적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이끼는 생명의 지속성을, 금방 사라질 듯한 비누방울은 순간의 덧없음을 상징한다"며 "둘을 대립시키지 않고 공존시켜 삶이 지속과 소멸의 순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명 '라퓨타'는 "희망을 품으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았다.

미술비평가들은 조로사의 작업을 "기술적 완성도와 철학적 깊이를 겸비한 수작"으로 평가했다. 펠드먼 미술비평 방법론으로 작품을 분석한 한 비평가는 "사실주의적 묘사력으로 초현실주의 공간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며 "이끼의 질감과 비누방울의 투명성 표현에서 유화 물성을 완벽히 제어한 기량이 드러난다"고 했다.

특히 작품의 '대비와 조화' 구조에 주목했다. 거칠고 밀도감 있는 이끼와 매끄러운 비누방울의 질감 대비로 '시간의 무게'와 '순간의 자유'를 시각화했고, 밝은 하늘과 어두운 심연의 수직 구성으로 희망과 현실의 역동적 균형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한 미국인 컬렉터는 "작품 앞에 서니 중력이 사라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며 "이끼와 비누방울 같은 단순한 소재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큐레이터는 "마그리트나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거장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 모티프로 자신만의 상징체계를 구축했다"며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라퓨타 시리즈'로 일관된 작가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비평계는 "조로사는 관람자의 내면에 새로운 세계를 축조하는 화가"라며 "그가 그린 라퓨타는 캔버스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희망의 도시"라고 했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치유의 서사를 제공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작품이 관람자에게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능성과 희망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조로사는 일상 속 평범한 소재를 비현실적 공간에 배치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이끼와 비누방울을 핵심 모티프로 생명의 지속성과 순간성, 결핍과 가능성을 시각화하는 '라퓨타 시리즈'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아트마이애미는 1989년 시작돼 35년간 마이애미 아트위크를 대표하는 페어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비스케인 베이의 헤럴드 플라자에서 런던, 파리, 서울 등 전 세계 주요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수만 명이 방문했다. 이번 참가로 조로사는 국제 미술무대에서 한국 현대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