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머리가 좋아도, 환경이 좋아도, 감정이 무너지면 공부는 무너진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가 최근 출간한 신간 '공부 감정의 힘'에서 내세운 핵심 메시지다.

김 교수는 학습 부진의 원인을 단순한 공부법이나 집중력 부족이 아닌, ‘공부 감정’의 붕괴에서 찾는다.

김 교수는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 부진 학생 상당수가 불안·압박·무력감 등 감정적 소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부는 인지 활동이지만, 그 토대는 감정이다. 감정이 안정되어야 전두엽의 집중력·계획력·조절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실제 상담 사례를 토대로 아이들의 ‘공부 상처’와 ‘학습된 무기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머리는 뛰어나지만 감정이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업 성취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뇌과학적·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공부 감정의 힘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조기 경쟁’과 ‘선행학습 과열’ 문제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공부 감정의 힘] | 김은주 지음 | 북하우스 | 288쪽 | 1만 9천원

김 교수는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학습은 아이의 불안을 키우고 성취감보다 회피를 학습하게 만든다”며,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 트렌드를 경계한다.

그는 “기질과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학습은 감정을 짓누르고 공부를 고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학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감정 코치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학습의 핵심을 ‘감정 조절력’으로 본다.

책은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검사를 활용해 아이의 기질별 학습 전략을 제시하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학업 성취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연령별로 다른 양육 전략을 제안한다. △ 영유아기에는 안정된 애착 형성 △ 초등 시기에는 자기조절력 강화 △ 중·고등 시기에는 내재적 동기 개발.

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과의존, 시험 불안, 완벽주의, 조용한 ADHD 등 요즘 아이들이 겪는 감정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도 담았다.

김 교수는 “부모가 성적보다 감정을 먼저 살필 때, 아이는 스스로 공부할 힘을 얻는다”며 “조기 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학원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공부 감정의 힘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살아 있을 때 자연스럽게 지속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공부로 지친 학생들에게 따뜻한 회복의 메시지를 건네는 심리학 기반 학습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