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아파트 지구인 이촌동의 생활문화와 주거사를 조명한 '아파트 마을, 이촌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를 발간했다.
이번 자료는 한강맨션을 비롯해 시범, 시영, 시민, 공무원, 외인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공존했던 이촌동의 변천사와 생활상을 기록하며, 서울 아파트 주거문화의 출발점으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한다.
1968년 여러 공사가 혼재된 동부이촌동의 모습(국가기록원)
“강남도 여의도도 아닌, 이촌동이 처음이었다”
이촌동은 본래 한강 범람으로 인해 ‘폐동(廢洞)’으로 불릴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1960년대 한강 공유수면 매립과 소양강댐 건설에 따른 개발로 서울 최초의 아파트 지구로 탈바꿈했다.
서울시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중 개발 구조로 인해 이촌로를 경계로 동부와 서부의 성격이 갈라졌고, 현재까지도 생활 인프라와 주거환경의 차이를 드러낸다.
아파트 실험 무대… 한강맨션부터 외인아파트까지
1968년 건립된 한강맨션은 중산층을 겨냥한 최초의 고급 아파트로, 모델하우스를 도입해 선분양을 시도하는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그 외에도 공무원아파트, 외인아파트, 시범·시영·시민아파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실험적 주택이 이촌동에 집결되며 ‘아파트 백화점’이라 불렸다.
리틀 도쿄부터 연예인 마을까지…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
이촌동은 주한 외국인과 일본인 거주자가 많아 ‘리틀 도쿄’로 불릴 만큼 다문화적인 문화 지형을 형성했다.
미군 부대와 인접한 입지 덕분에 햄버거·피자, 할로윈 카니발 등 미국식 생활양식도 빠르게 유입됐다. 방송국과 가까운 거리적 이점으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연예인이 거주한 것도 이촌동만의 특색이다.
아파트 씨족사회, 주민이 만드는 공동체 문화
이촌동은 2세대 이상 장기 거주자가 많은 마을로, ‘온 동네 CCTV’라 불릴 만큼 이웃 간 유대가 강하다.
주민 자치활동도 활발하다. 매년 자작극을 선보이는 **‘마을극단’**과, 가족 단위 독서활동 모임 ‘우리가족 고전읽기’ 등은 이촌동 주민들의 애향심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한 마을, 두 이야기… 동부와 서부의 격차
동부이촌동은 체계적 택지개발과 편의시설을 갖춘 반면, 서부이촌동은 공영주택만 들어서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초등학교조차 없어 어린이들은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며, 이러한 격차는 ‘이촌동’이 아닌 ‘이촌동과 저쪽 동네’라는 정체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이촌동은 서울 아파트 문화의 시작점이자, 도시 주거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라며 “이번 조사 발간을 통해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파트 마을, 이촌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는 서울책방(시청 지하 1층) 및 서울책방 누리집(store.seoul.g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