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씬]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SF 프로젝트 '미키17(Mickey 17)'은 기존 그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장르적 틀을 차용하면서도 인간 본성과 사회적 은유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에드워드 애슈튼의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봉준호는 그것을 단순한 영상화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재구성해낸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단말기(익스펜더블)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쫓는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하려는 것은 예상되는 불허의 이야기를 영화다.
<<시놉시스>>
제목: 미키 17
영제: MICKEY 17
각본/감독: 봉준호 캠페인로
: 로버트 패틴슨, 줌미 애키, 인스턴스 연, 토니 콜렛 그리고 마크 러팔
한국 존슨: 2025년 2월 28일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려는 미래. 주인공 ‘미키’는 일명 ‘소모가능 인물(Expendable)’로,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죽을 때마다 복제돼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죽지 않은 이전의 미키와 새롭게 복제된 미키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자아와 정체성, 인간 존재의 고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미키(로버프 패틴슨 분)은 죽음을 반복하며 복제되는 '소모 가능한 인물'이다. ‘미키17’은 17번째 복제체. 자신이 죽은 줄 알았던 이전 복제체와 마주치면서 존재론적 혼란에 빠진다.미키는 자아의 고유성과 인간 존엄성, 그리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상징. 동일한 기억과 외형을 가진 존재가 둘 이상 존재할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로버트 패틴슨은 두 인물 간의 미세한 감정 차이를 연기해 내며, 인간의 혼란과 기계적 반복 사이의 균열을 표현한다.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은 영화 브레이킹던,뉴문,트와일라잇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볼 것으로 추천.이미지제공 미키17 공식영화사이트
이러한 서사는 단순히 복제 인간의 생존기를 넘어, ‘나는 누구인가’, ‘기억과 몸 중 어떤 것이 진짜 나를 정의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중심축으로 한다.
봉준호는 이 SF적 상황을 통해 복제와 윤리, 계급화된 우주 개척 사회의 위선을 꼬집는다. ‘소모 가능한 인간’이라는 설정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의 ‘노동자’와도 겹쳐지며, 봉준호 특유의 사회 비판적 시선이 읽힌다.
기존 봉준호 영화들의 특성 — 예측 불가능한 서사 전개, 블랙 유머, 정교한 계급 은유, 감정과 냉소가 공존하는 정서 — 는 '미키17'에서도 여전하다.
다만 이번 작품은 영어권 배우들과 할리우드 제작 환경 속에서도 봉준호 특유의 연출 스타일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중의 ‘미키’를 연기하며 인간 내면의 충돌과 혼란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연기는 영화의 철학적 주제와 서사적 리듬을 동시에 이끈다.
영화 미키17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주인공인 헐크! 가 아닌 마크 러팔로는 식민 행성의 최고 권력자인 ‘총독(Governor)’ 역할을 맡았다. 그는 죽음을 반복하며 복제되는 주인공 미키를 포함해 모든 소모 가능한 인물들을 통제하는 인물로, 체제 유지를 위해 인간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냉철하고 권위적인 리더로 그려진다. 러팔로는 부드러운 인상 뒤에 숨겨진 냉혹함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복제 시스템이라는 비인간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권력의 얼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 봉준호 감독이 그리고자 한 전체주의적 세계관의 정점이자, 인간성을 억누르는 구조적 권력을 대변한다.
나오미 아키에는 미키17에서 주인공 미키가 자신을 인간으로 되찾아가는 여정에 정서적·도덕적 지주가 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성과 기억, 사랑이라는 핵심 가치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며, 봉준호 감독 특유의 ‘소외된 존재를 품는 시선’을 대표한다.
시각적으로는 비교적 절제된 미장센과 CG 활용이 특징이다.
봉준호는 화려한 SF 세계보다는 '설정보다 인물'을 택한 감독답게, 복제 기술이 일상이 된 미래에서도 여전히 인간적 고민을 중심에 둔다.
이는 '설국열차'의 연장선처럼 보일 수도 있고, '기생충'의 공간적 계급 구도가 미래로 확장된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봉준호 특유의 감정선과 비유들이 낯선 설정과 결합되며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기이한' 감상을 줄 수 있다.
이질적인 복제 인간 이야기와 인간적 감성의 접점은 감동과 불편 사이를 줄타기하며, 관객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여지가 크다. 영화의 중후반부 전개는 다소 장르적 실험으로 빠져들며 긴장감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키17'은 확실히 '봉준호다운 SF'다. 대중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뻔한 블록버스터 대신 사유를 담은 장르 영화로서의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복제 가능한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봉준호는 여전히 질문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모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